"왜 하필 레이싱모델 이냐고요? 연예인보다 패션모델보다 친절하고 친해지기 쉽고, 아무래도 가오가 살잖아요"

몇일전 tvN '리얼스토리 묘' 인터뷰 중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입니다. 가오라는 표현을 쓴 저도, 고개를 끄덕이는 여러분도 가오가 겉멋이나 허세라고 생각하진 않겠죠. 뭔가 있어보이는, 아니 진짜 뭔가 특별한 것이 그녀들에게는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보도된 본지(스포츠서울) 기사 '늘어나는 레이싱모델 마니아 도에 지나치다'가 논란의 여지가 많은 듯 하군요.

예전에 동료 기자에게 "기자라는 직업은 결국 남의 말만 실컷 해주다가 끝나는 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똑같이 글을 쓰는 직업임에도 작가와 같이 새로운 것을 창작하지 못하며, 평론가와 같이 주관을 전면에 내세우지 못합니다. 그러고보면 참 어중간한 위치입니다.

레이싱모델 산업의 미래는 정소정이나 이선영, 김유림 같은 '대세'가 나온다고 밝아지지 않습니다. 그걸 인정하고 가늘고 길게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할 시점입니다. 단순한 '저 섹시한가요?' 따위의 사진기사나 '치마 밑을 찍는 분 보면 당황스러워요' 따위의 인터뷰를 보면 이제는 거부반응이 일어납니다. 제대로 된 비평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지난달 서울모터쇼 행사 중인 지난달 13일 '유명 레이싱걸, 모토쇼서 매니저에게 폭행당해' 본지 단독 기사가 보도됐을 때 많은 분들은 무엇을 하셨나요? 서모양이 누구인지에만 관심이 있지는 않으셨는지?

'서울모터쇼서 구타당한 인기 레이싱걸 서모양 누구?'(매일경제), '레이싱모델 서다니 폭행?…13일 모터쇼에 모습 드러내'(데일리 서프라이즈) 등 타 매체에서 서모양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혈안일 때, 본지는 '레이싱걸 폭행사건 왜?… 섭외전쟁이 폭력 낳았다'고 보도함으로서 사건의 본질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레이싱모델이 구타당하는 판국에 한국레이싱모델협회는 대책마련은커녕 사건의 진위조차 파악 못하고 동료를 외면했습니다. 레이싱모델 업계도 문제지만, '팬'을 넘어 '마니아'임을 자처하면서도 행동하지 못한 우리도 문제입니다. 사회성이 결여된 '오타쿠'가 아니라면 말이죠.

드넓은 세상에 무조건 레이싱모델이 아름답다는 환상을 강요하기에는 지나치게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레이싱모델을 비난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아이템인 '모터쇼가 아닌 모델쇼', '외면 받고 혼자 달리는 레이서', '전시장에서 無개념' 등의 주체의 실체(누굴까요?)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힘을 키울 수가 없습니다.

너무 과격한 표현이 아닐까 싶긴 하지만, 우리가 좀 더 도발적이고 논쟁적이 됐으면 합니다. 만약 제가 도발적이고 논쟁적인 기사를 즐겨 쓴다면 제 입장에서는, 그리고 여러분 입장에서는 재미보다 업계 종사자로서 피해가 크겠죠. 내가 어떻게 다뤄질지 알 수 없으니까요.

저에게 기사는 예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정주의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시점이라면 그런 비난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튀기 위해서가 아니라 튐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죠. 저는 '빠돌이'답게 살 권리를 위해 나아가는 중입니다.

그렇다고 뭔가 당장 확연히 나타나는 건 아닐겁니다. 언젠가는 내적인 변화가 보여지지 않겠습니까?

진심을 다 설명하자니 힘드네요.

그녀들의 자리에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순간을 전하는 이가 될 수 있다는 사실로서 저에게는 그저 벅찬 행운입니다. 그러고보면 '남의 말을 하는' 기자라는 직업은 사실 참 행복한 위치입니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나의 무지와 편협함을 일깨울 수 있으니. 오늘은 제 이야기를 잔뜩 했습니다.

기사를 쓰면 늘 그렇지만 이 편지를 쓰면서도 뿌듯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기사는 5분 내에 작성해야 읽히는 기사가 된다'라는 말을 지겹도록 부장에게 들어왔지만, 이 편지를 작성하기 위해 5일이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이 편지는 괜히 쓴 것 같네요. 아무쪼록 가오가 서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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