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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LB파크 ('nyu'유저)

서재응 선수를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이라면 요즘 서선수의 경기를 통해 역경에 쓰러지지 않는 인간의 참된 '강함'을 느끼고 계실 겁니다. 박찬호 선수와의 비교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소위 '박빠'/'박까'/중립 으로 나뉘어서 서로 싸우는 글이 난무합니다.. 제 생각에는 그 같은 글들은 이 게시판을 수준을 떨어뜨리는 '쓰레기'라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그동안 서재응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느낀 점을 적어보겠습니다. 그의 투구가 왜 단순히 메이져리그에서 '잘 던진다' 라는 것이 아닌, 진정한 인간 승리라고 할 수 있는지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첫째, 여러분이 간과하시는 것은 서재응 선수가 '토미 존(Tommy John)' 수술이라는 일생 일대의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고 전혀 다른 스타일의 선수로 우뚝 섰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모두 알고 있듯이 라는 찬사를 듣고 메이져에 스카웃되었던 파워피쳐가 '토미 존' 수술로 선수 생활을 끝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서 컨트롤 피쳐로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이게 말이 쉽지 보통 투수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서재응 선수가 원래부터 컨트롤이 좋았다는 얘기를 몇몇 분들이 하고는 있지만 대학시절 서재응 선수의 시합을 간간히 봐왔던 제게 서재응 선수는 리그 상위권 정도의 준수한 컨트롤을 가진 투수로 밖에 안 보였습니다.. 절대 지금같이 '칼' 같은 제구력(pin-point control)을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대신 박찬호 선수 못지 않은 강한 직구와 커브를 가지고 있었죠. 즉, 컨트롤 보다는 힘으로 윽박지르는 파워피쳐 였다는 것 입니다.

파워 피쳐가 컨트롤 투수로 변신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는 박찬호 선수의 예를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컨트롤이 타고나야 된다는 말에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지만 재응선수는 피땀흘린 노력으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수술로 투수들의 로망인 '파이어볼러'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을 때 서재응 선수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저도 아직까지 엄청난 직구를 뿌려댔던 재응선수의 대학시절/아시안게임 시절이 생각나곤 합니다.

둘째, 서재응 선수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수로 부터 많은 것을 배워서 자신을 더욱 발전시키는 선수라는 것 입니다. 2003년 서재응 선수가 메이져에서 반짝 성공을 거둔 후 경솔한 처신 (한국에 와서 엔터테인(?) (Art : 그래서 모싸이트에서는 '엔터 서' 라고도 한다죠)을 하느라고 몸 만들기에 소홀히 한점, 코칭스텝/감독과의 불화를 원활히 처리하지 못한 점 등등)으로 2004년 시련을 맞이하게 되죠. 그렇지만 그것이 꼭 서재응 선수만의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예전 서재응 선수가 그의 홈페이지에 '투수코치'에 대한 서운함을 표현한 적이 있죠. 투수코치가 강력히 주문해서 투구폼을 바꾸었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자 투수코치는 나몰라라 하면서 서재응을 팽개쳐버립니다. 서재응선수는 동양적인 정서로 스승이 가르쳐놓고 책임져 주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실망을 많이 하게 됩니다. 문제는 서재응이 그것을 대외적으로 표출해 버렸다는 데 있죠. 메이져 2년차 입장에서 조심했어야 하는데 재응 선수는 그렇지 못했죠. 서재응 선수도 성숙하지 못했지만, 바보 같은 한국 언론들도 그것을 대서 특필 해서 모든 사람이 그 사실을 알게 됬습니다. 서재응 선수도 대외적으로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떠들고 다녔고요. 그 이후로 서재응 선수의 고난의 시간은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서재응 선수의 또 다른 잘못은 직구/체인지 업만 가지고도 컨트롤 및 로케이션으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착각했었던 것이죠. 물론 그것이 초기에는 통했었을지 모르겠지만, 메이져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타자들에게 간파되는 것은 시간문제였습니다.

이 두 가지 문제점을 서재응선수는 이번시즌 더욱 성숙된 모습으로 바로 잡습니다.

일단 코칭스텝으로 부터 그토록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그것을 대외적으로 내색하지 않습니다. 연속되는 호투에도 불구하고 매 게임이 '생존경쟁' 이었을 때도 재응선수는 "선발이던 불펜이던 팀을 위해 던지겠다"라는 모범답안만 되풀이 하죠. 이것이 현지의 메츠 팬들에게 팀 플레이어로서 재응선수의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또한 구종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분도 잘 알고 있듯이 더 이상 메이져리그에서 생존하기 힘들다는 것을 직감하고 스프링캠프/마이너 리그에서 철지부심 하면서 새로운 구종을 연마 합니다. 한 투수가 한 가지 구종을 완벽하게 익히는데는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2년간 피땀흘려 익혀도 실전에서 그것을 자유 자재로 활용하는것은 또 다른 문제 입니다.

요즘 언론에서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서재응이 마이너에서 구종 2개를 더 익혀와서 특급 투수로 급성장 했다고들 하는데, 그게 말이 쉽지 현실적으로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일인지는 간과하는 것 같네요. 마이너 가서 그렇게 쉽게 다른 구종 배우고 변신할 수 있다면, 왜 부진했던 수많은 메이져리그 투수들이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요?

셋째, 서재응 선수는 묵묵하게 철저한 준비를 통해 자신에게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움켜잡았다는 점입니다. 유망주를 키워주지 않는 메츠라는 팀에서, 불편한 관계에 있는 투수코치의 부당한 처우 아래서, 5이닝의 2가지 구종 밖에 없는 투수라는 주위의 경멸어린 눈초리 아래서 서재응 선수는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됩니다. '언젠가는 너희들 앞에서 너희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라는 독기어린 각오로 말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서재응 선수는 올해 전반기에 3번의 선발 등판 기회를 잡게 됩니다. 1경기에서 홈런 3개를 맞아 부진하기는 했지만, 나머지 두 경기는 상대를 압도하는 투구를 하게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응선수는 메츠의 바보같은 팀 메니지먼트의 희생양이 되서 마이너로 강등 됩니다..부당하게 마이너로 떨어지고, 거기서 3개월 있는 동안 재응선수는 투구에 또 한 번 눈을 뜹니다.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비롯해서, 마이너리그 전체 삼진 1위에 근접하는 활약을 합니다. 인생의 최전성기를 마이너리그에서 보내면서도 재응선수는 불평하지 않습니다. 묵묵히 언젠가는 반드시 한번은 올 기회를 잡기위해서 철치부심하면서 마당쇠처럼 던지면서 자신을 갈고 닦습니다.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를 가지고도 희생양이 되어서 마이너에 머물러야 하는 그 자신이 얼마나 서러웠겠습니까?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과묵하게 스스로를 수양하던 재응선수는 자신에게 찾아온 '단 한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습니다. 땜빵용 선발로 나와서 '마스터'를 압도하는 투구를 보여주죠. 그 이후 몇 경기의 내용은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겁니다. 동료들의 말처럼 서재응 선수는 마운드에서 '혼'을 던집니다.

자신이 그동안 받았던 수 많은 부당한 대우와, 5이닝 2구종 투수라는 낙인을 보란듯이 떨쳐버리게 되죠. 운빨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한번 찾아온 기회는 철저히 준비된 자가 아니면 절대 움켜잡을 수 없습니다.


요즘 서재응 선수의 경기를 보면 비전문가인 저의 눈에도 재응 선수가 그 동안 얼마나 처절하게 노력했는지 그 피땀 흘리던 과정들이 눈앞에 선하게 보입니다. 재응선수가 던지는 한구 한구에 재응선수가 그동안 품었던 '한'과 설움을 느낀다고 한다면 제가 너무나 오버하는 것 일까요? 신들렸다는 표현이 딱 알맞을 정도로 재응선수는 요즘 진정한 투구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재응 선수의 투구를 이해하려면 그냥 눈앞에 보이는 피상적인 것만 보고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그의 투구에는 시련과 역경, 그리고 그것에 굴하지 않으려고 처절하게 노력하고 결국은 승리한 한 인간의 위대한 승리가 담겨 있습니다. 굴곡 많은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요즘 서재응 선수의 투구 한구 한구를 보면서 삶의 원동력을 얻고 있습니다. 재응선수가 해냈으니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매 순간 순간 열심히 살고 있지요. 마치 97년 어려운 시절에 박찬호 선수의 투구를 보면서 힘을 얻었던것 처럼 말이죠.

재응선수를 통해 인생을 배울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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